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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표

대학만 가면 네가 원하는 대로 다 해도 돼. 어렸을 때부터 줄곧 듣던 말이었다. 물론 그 말 덕분에 다른 길로 새지않고 떳떳하게 좋은 학교를 갈 수 있었다. 공부 쪽에 재능이 있는 것도 사실이었고, 그 재능을 묵혀놓지 않고 다른 곳에 허비하지도 않았다. 어른들이 보시기엔 부족한 부분이 없는 아이였다. 태가 나고, 예의에 충실하고, 무엇보다 학업에 열중이었고 결과로 증명했기에. 그럴수록 어른들에게 기대지 못 한 이유는 무엇일까. 내가 기어코 가진 것은 무엇일까. 겨우 주변의 인정이 나의 멋이 되었다. 대학교에 와서는 정말이지 제멋대로 지냈다. 이제는 더 나아갈 곳이 없는 사람인양, 실제로 그런 줄 알았다, 이후로 삶은 적잖이 혼돈으로 가득했다. 중고등학교때는 노래에 빠졌었다. 단순히 소리를 잘 내는 사람이..

카테고리 없음 2022.05.24

가식

언제부턴가 츄라는 예명을 가진 연예인에게 눈길이 가기 시작했다. 지원 군(선임)에게 물려받은 PMP속에 ‘지구를 지켜츄’ 채널의 영상을 시청하게된 것이 계기가 됐다. 내가 관련 영상들을 자주 보고있는 것이 눈에 띄었는지, 소대원들은 내가 츄 양에게 관심이 생겼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나도 내가 아이돌에게 관심을 가질 줄이야 상상도 못 했다. 관계때문에 속이 문드러질 줄은 상상도 못 했다. 방심하면 안 되나 보다. 가장 높이 날 때가 추락의 위험이 가장 큰 법일까. 난 세상을 다 알고 있는 듯 행동했다. 소대원들은 츄가 가식적인 모습인 것 같아서 싫다고 했다. 돌아보니 나도 예전에 그렇게 생각한듯하다. 그저 교육받지 못 한 아이처럼, 무언가 나와 다르다면 선입견을 가지기 일쑤였다. 눈앞의 베일이 사라진 걸..

카테고리 없음 2022.05.20

마음

마음을 잘 다뤄야 한다. 주변 상황이나 본인의 의지, 무의식중으로 구태여 마음을 챙기지 않아도 잘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나 역시 그런 사람들 중 한 명이었다. 흔히 그렇듯 아픔을 겪고 나면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인다. 한 편으로는 시야가 넓어진듯하여 좋았지만, 한 편으로는 그저 눈을 감아버리고 싶기도 하다. 한 편으로는 나아갈 곳이 생긴듯 하여 가뿐하지만, 나아가봤자 그저 원상태로 복구되는듯 한 무거움이 느껴지기도 한다. 청년 고독사가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다고 한다. 20대의 사망원인 1위는 자살이고, 여전히 우리나라는 자살률 1위 국가라고 통계가 이야기해 준다. 어린 시절을 돌아보면 나는 그랬다. 또렷한 목적이나 의지 없이 좋은 대학, 좋은 취업이 목표였고 나를 알지 못 한 채 그저 만들어놓은 길로..

카테고리 없음 2022.05.12

꾸준함

눈 앞의 것을 잃고, 눈 앞의 것을 좇지 말자 다짐해놓고, 눈 앞의 해독에만 신경쓰고 있다. 지금껏 내가 이뤄왔다고 그나마 당당히 말할 수 있는 건 꾸준하게 했던 것들이다. 어떤 작용에서 비롯된 것인진 몰라도 꾸준하지 않으면 이뤘다는 말이 나오지 않는다. 뭐든 작은 의심을 가지고, 생기면 파고드는 내가 유일하게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진리인듯하다. 꾸준함. 꾸준함.

카테고리 없음 2022.05.10

영화, 믿음, 희생

부대에서 묵혀놨던 관람권으로 영화를 보여줬다. 어디든 단체는 비슷하고, 뭐든 겪으면 할만하다. 군대라는 단어가 주는 무게감이 엄청났을 때가 있다. 어릴 때는 여느 아이들처럼 막연히 두려워했고 통일을 바랐었다. 어렸을 적 받았던 통일교육을 내가 똑같이 아이들에게 가르치는 모습은 신비롭다. 아직까지는 모든 경험과 감정들이 한 곳으로 귀결되고 있다. 누나는 언제까지 그럴 셈이냐고 질책의 질책이다. 오늘 스크린에서는 아프고 진취적인 여성 캐릭터가 나왔다. 어렸을 때 보던 만화 영화 테이프에서도 비슷한 인물이 나온 것을 똑똑히 기억한다. 아파트에 살 때고, 내 기억엔 초등학교도 들어가기 전이니 대여섯 살쯤의 기억일 것이다. 그때부터 나는 그런 상을 담아왔던 것 같다. 아직 의미 부여할 의지와 능력은 남아있는듯해서..

카테고리 없음 2022.05.10

마주

처음으로 모든 것들에 마주 대해보려고 한다. 입맛에 맞게 골라 마주했던 시간들도 나쁘지 않았다. 보고 싶지 않은 건 두 손이나 한 손으로 가렸었다. 그래도 운 좋게 대부분 타고남으로 편한 삶을 누렸다. 세상은 그렇게 사는 게 아니었다. 삶에 귀인이 적어도 한 명씩은 존재한다. 같이했던 시간이 길이가 어찌 됐든, 행복한 귀인이든 아픈 귀인이든, 나이가 많든 적든, 아는 사람이든 모르는 사람이든, 이미 왔다 갔든 옆에 있든 오지 않았든. 나 역시도 그런 사람이 있다. 이제는 볼 수도 들을 수도 없다. 잃고 나서야 더 깨닫게 되는 흔한 사례다. ‘같이 있을 때 소중함을 모르지는 않았어’하며 날 조금이나마 위로하고 싶다. 그렇게라도 해야 숨을 쉬겠더라. 그만한 영향력 있는 사람인지, 내가 처한 상황 때문인지, ..

카테고리 없음 2022.05.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