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꽃
저번 달에는 조부모님을 모시고 꽃놀이를 다녀왔다. 몸과 마음이 도저히 버틸 수 없는 지경까지 된 탓에, 일 월 이후 처음으로 밖을 나갔다. 원래는 다른 만남을 위해 아껴놨었던 터였지만, 이제는 크게 의미 없는 일이 되어버렸다. 때로는 여전히 너무 밉기도 하다. 그래도, 시원하기도 따뜻하기도 한 봄이 주는 바람은 아프고 새로웠다. 여전히 아무것도 놓치고 싶지 않아, 피부에 머무르는 바람에게 가지 말라 속으로 외쳤다. 맑은 바람이 코를 타고 속 깊이 가득 채워주길 바랐다. 그러다 덜컥 모두 차단되기도 했다. 우리 할머니께서 간간이 내뱉으신 말들은 전부 시가 되었다. 할머니, 꽃 시간을 어찌 알고 이리도 피는지 모든 눈 앞이 하얗다. 아 정말 한계없다. 까맣던 땅이 이제야 숨을 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