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롭게 개나리가 돋아남을 안다. 겨울잠에서 일어난 개구리의 울음을 안다. 벚나무 망울은 지금까지 있은 적이 없음을 안다. 여기저기 생기가 눈틈을 안다. 벚꽃이 날리면 가지 끝에 두릅이 익어감을 안다. 서서히 장미 망울은 맺히기 시작함을 안다. 천천히 피는 꽃이 어찌 아름다운지 안다. 주렁주렁 수염을 단 채 알알이 여문 옥수수는 그 여름임을 안다. 그러자 장미는 뉘엿거리지 않는 누구를 안다. 이제는 꽃을 보고 어느 계절의 어느 달인지 안다. 이제는 모두가 시작임을 안다. 이제는 계절을 함부로 깨닫고 싶지 않음을 안다. 꽃들을 여러 바라볼 때 묶인 마음은 제 스스로 풀림을 안다. 이제는 따뜻하게 사람과 계절을 안는다. 여직 누군가에게 깊은 마음으로 꽃을 건넨 적이 없음을 안다. 나는 여전히 아무것도 모름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