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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술래가 되면

kkyyuu 2023. 7. 17. 01:07

난 언제나 술래였지 가위바위보를 못 해서
달리기가 꼴찌라서 높은 곳이 무서워서

난 언제나 술래였지 눈 감고 백까지 세면
똑같은 풍경화 속에 나 혼자 남아있었지

내가 술래가 되면 온 동네를 찾아다니다
산 밑까지 뛰어갔다가 집에 오는 길을 잃어버렸지

단풍 나무 그늘 아래 여긴가
산등성이 돌탑 뒤에 여긴가
휘파람이 들리는 곳 여긴가
다 어디 숨었니 해 떨어지는데

종이 접어 비행기를 날리고
작은 신발 구겨신고 웃었지
책갈피에 그림 한 장 품고서
다 어디 숨었니 해 떨어지는데

다시 술래가 되어 난 아무도 못 찾았는데
꽃은 또 피고 눈은 또 내려
소복소복 많은 날이 지나버렸어

어딘가 살아있다면
그래서 여기 없다면
나에게 소식 전해줘
나 여기 있을게 밤 깊어가는데

혹시나 길을 잃어서
잠든 채 숨어있다면
이제는 나타나줘
집에 가야지 밤 깊어가는데

머리 속을 떠도는 아이들을 잡아놓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