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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간 여름을 안타까워마

내 여름을 너에게 맡길게 저 푸르른 잎도 언제가는 녹슬어버리고 우릴 감싸는 이 습한 공기도 사라지겠지 그렇다고 지나간 여름을 안타까워 마 지나간 여름을 생각하지 마 이 땅 위에 내가 가진 모든 것을 줄게 이 땅 위에 모든 것 다 너의 것이야 잘 봐 이 살랑이는 바람과 일렁이는 물결 우릴 내리쬐는 햇빛 고요한 보랏빛 새벽 흘러가는 시간 모두 다 우리 거야 그러니 지나간 여름을 안타까워 마 오 그저 우린 긴 일직선의 한 점 위에 있을 뿐야 우리라는 이름은 언젠가 타버리겠지만 그렇다고 지나간 여름을 안타까워 마 지나간 여름을 생각하지 마 기억은 여기 이 가슴 속에 남을 거야 기억은 사라지지 않고 함께일 거야 잘 봐 이 살랑이는 바람과 일렁이는 물결 우릴 내리쬐는 햇빛 고요한 보랏빛 새벽 흘러가는 시간 모두 다..

카테고리 없음 2023.08.13

나는 나를 말하는 사람

난 늘 궁금했어 내가 어떤 사람인지 난 늘 기다렸어 날 이해해 줄, 봐라봐 줄 한 사람 사실 다 알고 있는데 답은 내 안에 있는데 자꾸 되물어 봤어 나를 믿을 수 없어 애써 모른 척 했어 혼자 자신이 없어 계속 외면해왔어 나를 나는 나를 말하는 사람 살아온 날들과 사랑한 이들이 너무나 소중한 사람 지금의 나보다 내일의 내가 더 중요한 사람 나는 나를 말하는 사람 내가 나라는 이유로 죄가 되고 내가 나라는 이유로 벌을 받는 문제투성이 세상에 하나의 오답으로 남아 내가 나라는 이유로 지워지고 나라는 이유로 사라지는 티없이 맑은 시대에 새까만 얼룩을 남겨 나를 지키는 사람 당신과 같은 심장으로 숨을 쉬고 당신과 같은 마음으로 꿈을 꾸는 하지만 결국 당신과는 다른 당신이 아닌 사람 내가 나라는 이유로 지워지고 ..

카테고리 없음 2023.07.17

내가 술래가 되면

난 언제나 술래였지 가위바위보를 못 해서 달리기가 꼴찌라서 높은 곳이 무서워서 난 언제나 술래였지 눈 감고 백까지 세면 똑같은 풍경화 속에 나 혼자 남아있었지 내가 술래가 되면 온 동네를 찾아다니다 산 밑까지 뛰어갔다가 집에 오는 길을 잃어버렸지 단풍 나무 그늘 아래 여긴가 산등성이 돌탑 뒤에 여긴가 휘파람이 들리는 곳 여긴가 다 어디 숨었니 해 떨어지는데 종이 접어 비행기를 날리고 작은 신발 구겨신고 웃었지 책갈피에 그림 한 장 품고서 다 어디 숨었니 해 떨어지는데 다시 술래가 되어 난 아무도 못 찾았는데 꽃은 또 피고 눈은 또 내려 소복소복 많은 날이 지나버렸어 어딘가 살아있다면 그래서 여기 없다면 나에게 소식 전해줘 나 여기 있을게 밤 깊어가는데 혹시나 길을 잃어서 잠든 채 숨어있다면 이제는 나타나..

카테고리 없음 2023.07.17